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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2020.09.10

언택트 시대에도 쇼는 계속된다

언택트 시대는 패션쇼의 개념을 순식간에 전복시켰다. 전통의 규칙과 시각을 뒤엎는 실험적인 방식이 패션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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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가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상 최대의 패션 이벤트가 벌어지는 밀라노 패션위크에 입성한 순간이었다. 한껏 날을 세워 치장한 사람들, 그들의 움직임을 놓칠세라 빠르게 셔터를 눌러대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군단, 쇼장의 문턱을 넘기 위해 무작정 거리에 진을 치는 사람들이 한데 뒤섞인 혼돈 속에 한 걸음 앞으로 발을 떼기도 어려웠지만 쇼장에 들어선 순간 머릿속 혼란은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몇 분 뒤면 공개될 새 컬렉션에 대한 기대를 고조시키는 무대, 공간을 가득 채운 향과 음악, 세계 각지에서 모인 인플루언서들까지. 어렴풋하게 짐작하던 풍경은 생각보다 웅장하고 경이로웠다. 도시 전체가 시끌벅적하게 끓어오르는 이런 거대한 패션 이벤트는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르는 환상이 되어버렸다. 비좁은 공간에 모여 어깨를 맞대는 일이란 팬데믹 시대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비대면 방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패션 브랜드들은 새로운 컬렉션을 소개하는 도구로 자연스레 디지털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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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런던은 지난 6월 12일, 패션 4대 도시 중 최초로 ‘디지털 패션위크’를 세상에 선보였다. 내친김에 시즌의 구분도, 남녀의 경계도 허물어 그들이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게 완전한 자유를 주기로 했다. 일순간에 디지털 플랫폼으로 변화된 런던 패션위크는 날 때부터 디지털과 밀접한 젊은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유독 두드러졌다. 이들은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명민하게 활용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높였다. 마틴 로즈는 공식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는 대신 자신의 스튜디오 한 쪽을 꽉 채운 데드스톡 원단을 사용한 캡슐 컬렉션을 필름 형태로 선보였고, 찰스 제프리는 성대하게 계획한 가상현실 파티 대신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한 모금활동으로 당시 들불처럼 번지던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캠페인을 지지했다. LVMH 프라이즈 2020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프리야 알루왈리아는 VR 전시 <잘레비(Jalebi)>를 열고, 관람객이 직접 화면을 터치하게 하는 장치를 통해 영국의 젊은 이방인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아쉬운 점은 버버리, 빅토리아 베컴,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필두로 한 스타 브랜드의 부재였다. 막대한 자본이 뒷받침된 이들의 신선한 콘텐츠를 기대했던 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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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런던에 이어 디지털 패션위크를 개최한 밀라노와 파리는 ‘현실 런웨이’의 시공간적 한계를 전폭적으로 뒤엎으며 좀 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먼저 모델과 의상, 액세서리까지 모두 3D 랜더링으로 선보인 언더커버는 직접 방향을 조절하고 확대하는 장치를 더해 관찰자가 좀 더 밀접하게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게 했고, 화이트 마운티니어링은 가상현실을 무표정으로 걷는 모델 위에 아티스틱한 3D 터치를 더하며 가장 ‘디지털 패션위크’다운 비주얼을 완성했다. 준지와 칠드런 오브 더 디스코어던스, 리즈쿠퍼, 카사블랑카는 각각 서울과 도쿄, 이름 모를 숲과 휴양지 해변을 배경으로 한 짧은 필름을 선보이며 오래도록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로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건 누가 뭐래도 프라다와 구찌다. 프라다의 2021 S/S ‘멀티플 뷰’ 컬렉션은 탁월한 예술성을 인정받은 5명의 사진가, 필름 아티스트와 조우했다. 윌리 반데페르, 유르겐 텔러, 조아나 피오트로프스카, 마틴 심스, 터렌스 낸시 등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벅차는 아티스트는 옷의 본질에 집중한 프라다의 새 컬렉션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전 세계 패셔너들을 디지털 매체 앞으로 응집시켰다. 프라다가 예술적 시선에 주목했다면 구찌는 방대한 양으로 이목을 끌었다. 무려 12시간에 걸친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구찌 에필로그’ 컬렉션을 선보인 것이다. 지난 2020 F/W 시즌에 이어 브랜드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창조적 동반자인 디자인팀 구성원을 모델로 내세웠고, 그들의 손길로 완성된 디테일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화면에 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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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혼란과 필수 불가결한 비대면 방식이 그려낸 디지털 패션위크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양분된다. 극소수에게만 허락됐던 신제품을 감상하는 기회가 ‘방구석 1열’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됐고, 패션위크 캘린더에 등장하지 않는 소규모 브랜드나 학생 등 많은 이들이 그들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받게 됐다. 단 한 번의 쇼를 위해 어마어마하게 낭비되는 자원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도 있다. 다만 분위기가 고조되는 긴박감과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생생한 현장감은 풀지 못한 과제로 남았다. 당최 누가 얼마나 봤는지 수치도 알 길이 없다. 빈 수레가 요란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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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접하지 못한 라이브 패션쇼의 묘미를 그리워하던 차에 지난 6월 25일 파리에서 뜻밖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파리패션협회가 성명서를 통해 오는 9월로 예정된 패션위크를 전통 방식으로 선보인다고 선언한 것이다. 파리가 나섰으니 밀라노와 런던도 눈치 볼 이유가 없었다. 이들 역시 각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수칙을 준수하며 9월 오프라인 패션위크를 연다. 불안하다고? 그렇다면 자크뮈스 쇼가 좋은 예가 될 것. 자크뮈스는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지속되던 지난 7월 16일 팬데믹 이후 최로로 라이브 패션쇼를 선보였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기 위해 파리 외곽 시골 마을 발두아즈로 떠났고, 무려 400만 m²에 이르는 밀밭을 무대로 택했다. 노을 지는 풍경과 함께 시작된 쇼는 서로 멀찍이 떨어져 앉은 관객들에게 고흐가 그린 그림 속에 놓여진 듯한 황홀경을 선사했다. 물론 안전 문제는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전례 없는 상황에서도 쇼는 계속된다. 그게 어떤 방식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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