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2019.02.06
캐슬 퀸들은 뭘 입었나
드라마만큼 패션도 화제였다. 상위 1%라고 전부 명품만 입었을 거란 오해는 금물이다.


짧게 자른 단정한 숏컷, 차분한 뉴트럴 컬러 의상 그리고 진주 주얼리. 과거를 숨기고 신분 상승의 꿈을 이룬 ‘야망녀’ 한서진은 매회 우아한 룩으로 눈길을 끌었다. 진짜 대치동 어딘가에 그 같은 모습의 학부모가 있을 것만 같았다. 특히 벌룬 소매가 인상적인 드레스 코트에 진주 목걸이, 베이지 색 레이디 디올 백을 매치한 3회 속 의상은 ‘한서진 패션’, ‘염정아 패션’이 인기 검색어 반열에 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이수임은 캐슬 내에서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였던 만큼 티셔츠나 청바지 등 소박하고 실용적인 패션을 선보였다. 실제로도 드레스를 입거나 하이힐을 신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제작진의 요청이 있었다고. 모두가 한껏 차려 입고 둘러 앉아 와인을 마실 때에도 담백하기 그지 없는 셔츠 드레스 하나가 전부였다. 덕분에 호화롭고 가식적인 캐슬 안에서 그녀의 존재감이 더욱 빛을 발했던 것이 아닐까.


솔직하고 거침 없는 ‘청담동 핫팬츠’ 진진희는 패션 역시 남들 이목 따윈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입고 즐긴다. 품위 있는 점잖은 룩을 추구하는 다른 엄마들과는 달리 화려한 색과 현란한 무늬, 커다란 액세서리 그리고 한쪽으로 넘긴 굵은 웨이브 헤어가 기본이다. 여기에 애교를 더하면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찐찐’이 탄생한다.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요조숙녀로 자란 노승혜의 이미지는 리본이나 러플 장식이 달린 블라우스와 같은 옷차림으로 드러난다. 캐슬에 가장 어울리는 명문가 출신답게 집에서도 흐트러진 모습을 절대 보이지 않으며 5:5 가르마의 정갈한 단발머리를 고수하지만, 부드러운 컬러와 유연한 실루엣의 의상에서 느껴지듯 누구보다 다정하고 지혜로운 엄마다.


드라마 방영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쓰앵님’ 김주영의 존재였다. 냉철하고 비밀스러운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오로지 블랙 룩만을 선보였다. 블라우스에 달린 스카프 장식마저도 전부 목에 둘둘 감아 연출하는 등 직선적이고 미니멀한 디자인만을 고집한 결과, 차갑고 의문스러운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물론 김주영이라는 캐릭터의 성공은 ‘전적으로’ 배우 김서형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