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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0.01.06

책을 스트리밍하다

매달 9900원이면 책 한 권 사지 않고도 수천, 수만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 출판계가 전자책과 월정액 도서 구독 서비스로 다시 변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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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집광이다. 어려서는 꾸준히 음악 CD를 샀고 최근까지 영화 티켓, 리플렛, 편지 그 어떤 형태든 종이를 닥치는 대로 모았다. 그 종이들 안에는 책도 있다. 벽 하나를 두르고도 남을 만큼의 책을 가진 츤도쿠(책을 사는 것을 좋아하지만 읽지 않는 사람)다. 다달이 5만~10만원가량 책을 샀지만 지난 1년간 내가 읽은 책은 30여 권에 불과하다. 더 이상 책을 둘 자리도, 읽을 시간도 마땅치 않아 전자책 서비스 구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러 권의 책을 1만 원대에 읽을 수 있다는 메리트가 상당했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이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가 누적회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서 책 구독 플랫폼의 성장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몇 년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구독경제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음악,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해왔다. 서비스당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2만원까지 지불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매월 2만~3만원의 비용을 구독 서비스에 사용한다. 2017년 국내 최초로 월정액 도서 구독 서비스를 내놓은 밀리의서재는 책을 구입하고 수집하는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독서라는 행위 자체를 엔터테인먼트로 바라보았다. 5만 권의 책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데다가 사용자의 성향, 독서 습관에 맞는 책을 추천하고 관련 콘텐츠도 함께 제공한다.

전문가나 유명 인사가 30분 안에 책을 요약 해서 읽어주는 ‘리딩북’, 책의 전문을 채팅 형식으로 각색해 알려주는 ‘챗북’ 등의 서비스다. 월 9900원 으로 종이책 한 권보다, 또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월등히 저렴해 주저 없이 구독하게 된다. 밀리의 서재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기성 책 유통 플랫폼도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리디북스, 예스24, 교보문고 역시 무제한 월정액 서비스를 기반으로 각 플랫폼만의 차별점을 강화하는 데에 힘쓰는 중. 리디북스는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 밥 우드워드의 <공포> 등 글로벌 베스트셀러를 국내 독점 출간했으며, 교보문고는 기존 전자책 SAM 서비스를 기반으로12만여 권의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고 무제한으로 3만여 권을 운영한다. 온·오프라인으로 책을 유통하는 데다 2018년 대형서점 매출 1위를 기록한 만큼 출판사와의 무제한 월정액 서비스 계약에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고 있어 더욱 많은 도서를 확보할 전망이다.

하지만 무제한 월정액 서비스를 기반으로한 전자책 시장의 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독자의 인스턴트식 책 소비가 출판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다. 종이책 구매율은 떨어지는 반면, 전자책 구독 서비스에 관한 저작권 계약 기준은 미흡하다. 서비스 초기에는 사용자가 한 번 대여할 때마다 출판사에 몇백원씩 지급하는 구조였으나, 시장이 커지면서 일정기간 저작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계약을 바꾸었다. 게다가 작가, 책, 출판사마다 계약 기준이 달라 플랫폼 측에서는 수익과 비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길 꺼리는 분위기다. 지난 10월 밀리의서재가 조남주, 정지돈 등 7명의 작가와 함께한 테마 소설집 <시티 픽션>을 시작으로 두 달마다 한 권의 책을 집으로 배송해주는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출판업계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오는 2월 15일 김영하, 4월 15일 김훈의 신간을 한정판으로 배송한다는 계획에 구독자는 더욱 늘고 있다. 전자책 무제한 월정액 서비스로 인해 얼었던 출판 시장의 룰렛이 돌고 있다. 볼이 어느 곳에서 멈출지 아직 그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읽을거리를 찾아 헤매는 독자에게 더 많은 유희를 제공할 수 있는 곳에서 멈추길 바랄 뿐이다.
#책 #독서 #구독경제 #밀리의서재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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