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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1.01.23

코로나 시대의 일 그리고 집

재택근무가 만연하면서 일과 삶의 양립에 대한 고민의 층위는 더 깊어졌다. 집은 그 고민의 중심에 있다. 팬데믹이 바꾼 집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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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전 세계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각자의 공간에서 업무를 처리하면서 효율성이 부각됐다. 일도 공간도 짜임새를 갖춰 그 쓸모를 다해야 한다. 방 한편에 사무실을 차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형 평수의 아파트값이 다시 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입주민을 위해 공유 서재와 오피스, 주방, 실내체육관 등의 아파테인먼트 공간을 마련하거나 서재와 홈카페에 특화된 알파, 베타 공간을 더한 아파트 레이아웃을 선보였다. 대림산업은 집콕 트렌드에 맞춰 거주자가 안방과 화장실, 주방을 제외한 공간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C2 House’ 플랫폼을 출시하기도 했다. 집은 분명 변하고 있다. 공간이 바뀌면 생활, 사고, 가치관이 바뀐다. 일과 삶이 함께 그려지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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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떠나는 사람들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이 일상화되면서 도시에 거주할 이유가 없어지자 집값이 저렴하면서 좀 더 넓은 평수의 집을 구할 수 있는 근교로 이동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영국 런던,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등 다양한 대도시 인구들이 교외 단독주택으로 이사하고 있다. 특히 뉴욕은 지난 3월부터 10월 말까지 29만5103명이 우정국에 타 지역으로의 주소 변경 신청을 했다. 전년 대비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뉴욕 중심부인 맨해튼의 부동산 수요는 56% 급감했고 지난 10월 아파트의 6.14%인 1만6145채가 빈집이 되면서 14년 만에 제일 높은 공실 비율을 기록했다. 임대료 평균도 전년 동기 대비 15.9% 하락해 9년 반 만에 최저치가 되었다. 뉴욕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타인과 함께 로비, 엘리베이터를 사용해야 하는 아파트는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해 수요가 줄었으며, 구하더라도 옥외 공간과 재택근무용 사무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의 매물에 대한 검색량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반면 뉴욕과 가까운 뉴저지주의 단독주택은 전년 대비 69%나 거래율이 증가했다. 뉴욕에서 300만 달러짜리 아파트에 살았다면 뉴저지에서는 같은 돈으로 3~4배 넓은 주택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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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가구구독 브랜드 페더.
늘어나는 가구구독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재택근무를 위한 더 넓은 책상과 고성능의 IT 기기를 비롯해 식탁, 포근한 소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코로나19 이후에 다시금 외출을 하게 된다면 불필요한 소비는 아닐까 멈칫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홈 오피스를 위한 가구구독 서비스가 등장했다. 스타트업 회사 쿡패드가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을 위해 IT 기기와 가구를 렌털, 집으로 배송해주면서 화제가 되었는데, 이 뉴스와 함께 렌털버스터즈, 에어룸 등의 사무용품 및 가구 렌털 업체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또 미국의 가구구독 브랜드 페더(Feather)는 지사 발령, 유학 등으로 가구가 필요한 사람이나 인테리어에 민감한 사람을 위해 포터리반, 웨스트엘름 등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의 제품을 렌털했으나 코로나19로 구독자가 다각도로 확대되면서 가구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페더를 중심으로 무인양품, 스위치 등의 브랜드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난해 미국 가구시장에서 구독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5%까지 올랐다. 국내에도 지난해 2월 가구구독 서비스 미공이 론칭되었다.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집에 어울리는 가구를 고르고 1개월에서 2년 단위로 가구를 구독할 수 있다. 소파, 테이블, 책상, 가전제품까지 70개 이상의 브랜드 제품을 자녀 계획을 하고 있는 신혼부부나 이사가 잦은 싱글에게 합리적인 가격대에 빌려준다. 전 세계적으로 가구구독이 확대되는 추세에 따라 카카오는 한샘, 위니아, 바디프랜드 등의 가구, 가전 업체와 컬래버레이션해 가구산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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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이자 엔지니어, 디자이너로 일하는 로드니 게이너스는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 공간에서 일하며 사진을 기록한다. 그처럼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휴양지를 사무실로 삼는 워케이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IT 기기만 있다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가 늘어나면서 2019년 스페인이나 독일 등 유럽의 휴양지에는 워케이션 하우스가 늘었다. 워케이션은 휴양지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일과 휴양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로 많은 근로자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휴양지로 거처를 옮기는 일도 잦아졌다. 지난 수년간 일본 정부는 저물어가는 관광산업을 살리고자 온천, 캠핑장, 호텔 등에서 일하는 워케이션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는 많은 국가와 지역에서 외지인의 이주를 지양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 많은 싱글이 워케이션을 떠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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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바이오필릭 인테리어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알레시아 칸잔트세바의 집.
집 안에서 느끼는 자연, 바이오필릭
집을 사무실로 치환해 사용하면서 휴식의 공간을 일이 침범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복잡한 도시 속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의 경우 그 스트레스가 더욱 극대화되는데, 외출 없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까지 길어지면서 시원한 바람, 푸르른 녹음 등 자연에 대한 갈망이 커진다. 식물을 집 안으로 들여 호젓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올해 많은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트렌드 키워드로 바이오필릭을 꼽았다. 야나 쇠더룬드가 처음 사용한 단어인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인간과 자연을 의도적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자연의 패턴이나 소리, 향기를 차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식물을 공간에 들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책상 위를 식물로 어지럽히는 대신 식물과 리넨 소재의 패브릭, 햇빛을 잘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일하기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또 테라스, 발코니에 식물을 두고 창을 열어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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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마련한 홈 오피스
아파트 위주의 생활을 하는 한국과 달리 주택 생활이 보편적인 미국, 캐나다에서는 정원 한편에 홈 오피스를 마련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근로자의 42%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형제 등 다양한 가족 구성원이 집에서 일을 하는 데다가 IT 업계를 중심으로 장기 재택근무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어 생활 공간과 업무 공간의 분리가 더욱 필요하다. 덕분에 부품을 미리 공장에서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목조 주택 공법 프리패브가 인기다. 정원에 3평짜리 프리패브 주택으로 가든 오피스를 마련한다. 캉가 룸 시스템즈, 스튜디오 쉐드 등 다양한 프리패브 업체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조립 및 완성된 형태, DIY 키트 두 가지 방식으로 배송되는데 직접 조립하는 경우에도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는 정도의 난이도라 사용자가 쉽게 공간을 완성할 수 있다. 또한 프리패브로 가든 오피스뿐 아니라 홈시네마, 카페 등 자신만의 취향이 가미된 공간을 만들기도 하면서 지난해 대비 프리패브 주택의 판매량이 3배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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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자를 위해 파나소닉이 출시한 큐티클 데스크 ‘코모루’.
언택트 레이아웃
지난해 미국에서는 소파 사무실을 뜻하는 코피스(Coffice), 침대 사무실을 뜻하는 보피스(Boffice) 등의 신조어가 등장했다. 갑작스럽게 재택근무를 하게 된 근로자들이 소파, 침대 등에서 업무를 보면서 생겨난 말이다. 지난 1년간 사람들은 업무에 몰입하기 위한 업무 공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줌 등 화상 프로그램을 이용한 업무나 회의가 늘어나면서 집 안의 지저분한 집기를 동료들에게 보여주지 않을 수 있는 인테리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안방, 작은 방으로 공간을 분할했다면 알파, 베타 룸으로 명명해 카페, 서재 등으로 꾸밀 수 있게 방의 크기가 소형화했다. 또 손님이 집의 내밀한 공간으로 발걸음할 수 없는 레이아웃을 위해 차고를 매만져 라운지나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 손님이 내부로 들어오지 않게 했다. 분리된 업무 공간을 위해 브라질의 아틀리에 마르코 브라요비치를 비롯한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은 휴대용 캡슐 형태의 홈 오피스 모듈을 소개했다. 파나소닉 역시 거실이나 침실에 설치할 수 있는 큐비클 데스크 ‘코모루’를 출시했다. 앉으면 주위의 시선이 차단되는 높이의 파티션과 1m가량의 데스크로 구성된 제품으로, 1평 정도의 공간이면 설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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