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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1.01.23

하루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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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www.shutterstock.com
하루는 새로운 것도 없이 평범하다. 평범하다는 것은 결국 권태로운 일상이 반복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루를 ‘해야 하는 것들’로 채우고 싶지 않았다. 그 위태롭고 불안정한 세계 안에서 그래도 끝없이 행복해야 하니까. 의무가 아닌 즐거움을 채운다. 세상에는 마땅히 누려야할 즐거움이 차고 넘친다. 이른 아침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잠에서 깨는 일이나, 창문을 열고 공기를 만끽하는 일, 커피 한 잔과 읽다 만 책장을 넘기는 일, 아이와 서로의 하루를 묻는 일에 마음을 쓰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 변화 없는 일상이 가끔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생각지도 않은 변수가 불러일으키는 소란이 반갑지 않은 탓이다. 그런데, 이런 평온함이 일상이 되지는 않는다. 온갖 변수가 곳곳에서 우리를 엄습한다. 평범하고 당연했던 일상이 뒤집어진다.

마음이 복잡하고 부산할 때, 사람들은 저마다 숨어 들어가는 동굴 하나쯤은 갖고 있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만의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동굴 말이다. 미셸 오바마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는 대통령 재임 시절 ‘책으로 뒤덮인 작은방’이 동굴이었고, 그는 그곳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충전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고전연구가 조윤제의 책 <다산의 마지막 습관>에 따르면 다산 정약용은 매일 새벽마다 마당 청소를 마친 다음 홀로 작은방에 앉아 고요히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고 한다. 조윤제는 다산의 이러한 과정은 스스로를 반추하며 반성하고 또 그렇게 모자란 자신과 조금씩 화해하는 과정이었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끌어안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동굴을 발견하거나 갖추지 못하더라도 어떤 습관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의 아침은 두 가지 규칙이 있다. 하나는 설탕 커피다. 아무리 늦어도 이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하느냐 아니냐는 그날 하루의 기분을 좌우한다. 그것도 달달한 설탕이 들어가야 한다. 30년의 습관은 어쭙잖은 중독을 만들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웹 소설을 읽는다. 전자책을 보기 시작한 지 5년째 들인 습관이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간을 쪼개기 시작하는 하루가 펼쳐지니, 아침 단 10분의 커피와 소설은 생기와 에너지를 주기도 하고, 뇌가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이런 일상이 흐트러지면 빡빡해진 뇌 주름 사이에서 삐걱거리는 소음이 일어나는 것 같다. 집중이 안 될 때는 블록 게임만 한 게 없다. 처음엔 물론 쉽다. 아무 곳이나 빼내면 되니까. 문제는 균형이 무너질 때부터다. 인생과 같다. 블록을 빼내다 보면 흔들릴 때가 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모든 건 무너지고 만다. 손에 너무 꽉 쥐면 결국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고 아픔을 느끼고 나서야 주먹을 펴보면, 손바닥엔 남아 있는 게 없다. 고작 블록 게임일 뿐인데, 인생이 보이기도 한다.

나는 노동을 사랑한다. 정확하게는 노동이 주는 안도감과 돈을 사랑한다. 노동은 선이고 게으름은 악이다. 시간은 돈이다. 이런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혔던 것 인지, 한순간도 편히 쉴 수 없게 되었다. 노동과 운동이 다름을 나는 몸소 겪으며 깨달았다. 생각을 모두 비우고 그저 묵묵히 소처럼 일만 하다 보면 끝이 오기 마련이다. 나 같은 주인을 만난 내 마음이 불쌍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삶의 속도는 왜 이렇게 빨라졌을까. 매 순간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더 많이, 더 빨리 일해야 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정한 것은 아닐까. 여유 있는 진짜 삶을 되찾을 방안을 모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고민에 휩싸일 때마다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여러 가지 혜안을 찾는다. 더러는 철학이나 인문학 등 학문에서 자신의 인생 방향을 고민하고, 또 어떤 사람은 종교를 통해서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기도 한다.

최근 2030 여성들은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경향이 있다. 소소한 일상에서,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그리고 작은 습관에서조차 명분과 의미를 찾는다. 이번 호 <싱글즈>는 2030 여성들의 리추얼 라이프를 탐구한다. 세상의 속도가 버겁거나 삶이 불안정하고 미래가 불투명하게 느껴질수록 세상의 소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속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리추얼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의식이자 더 나은 삶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 매우 소소해 보이는 한 가지 의식이 긍정적인 삶을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혼자 리추얼을 행하는 데서 나아가 리추얼 커뮤니티에 가입해 자신의 리추얼을 인증하고 타인의 리추얼을 공유하며 서로를 응원한다. 이른바 리추얼 제너레이션의 탄생이다. 하루에 조금씩 꾸준히 하는 일이 쌓이면 그만큼 우리의 내면은 탄탄해진다. 아무것도 아닌 무심히 지나치는 날씨와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너그럽게 바라본다. 아기를 돌보듯 나를 돌본다. 나에 대한 믿음이 나를 지탱하고 나 자신을 이해할 때 비로소 나를 가장 잘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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