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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1.03.11

펀딩 vs 보이콧, 소비는 정치다

투자와 불매 모두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는 행위다. 자신이 꿈꾸는 미래에 부합한다면 과감하게 펀딩을, 그에 반한다면 보이콧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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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미니멀리즘은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적게 소비하고 버리는 것을 넘어선다. 필요하다면 브랜드와 전문가를 움직여 세상에 없던 물건과 서비스도 만들어낸다. 또 스스로에게 가치 있는 일이라 판단되면 누가 뭐래도 큰돈을 펀딩한다. 반대로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문제가 되는 브랜드나 물건에는 불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물건의 가짓수,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신념의 문제다.

소비의 또 다른 방식
물건을 산다는 것은 때로는 권력으로 자리한다. 물론 구매를 거부하는 건 더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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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이슈에도 민감하게
일본의 역사 왜곡으로 노노재팬이란 불매운동이 일면서 많은 일본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엔 중국의 한 매체가 김치, 한복이 중국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사를 발표하면서 한국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여기에 샤오미까지 자사 스마트폰 배경화면 스토어에 ‘중국 문화’라는 이름으로 한복 입은 남녀의 일러스트를 업로드해 문제를 더욱 키웠다. 일본을 넘어 중국 브랜드 제품 불매운동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네티즌은 브랜드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돌아설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자본, 유통이 글로벌화되어 온전히 일본 혹은 중국 기업이라 말하기 어려울지라도 한국 소비자의 힘을 불매를 통해 보여준다.

유명인의 행동 하나에도 따끔한 회초리를
정치, 환경 이슈로 한 불매운동을 넘어 최근에는 광고 모델이나 디자이너, 기업의 자녀 등 유명인이 불매운동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김새론은 홈쇼핑 방송 중 동시간대에 정인이 사건을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를 향해 “지금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발언을 했다. 소비자들은 GS홈쇼핑 측에 <쇼미더트렌드>의 방송 중단 및 김새론의 하차를 요청했고 결국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연말엔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이 미투 파문에 휩싸이면서 패션계와 모델계를 중심으로 보이콧이 확산됐다. 또 쌍둥이 프로 배구 선수 이재영·이다영의 학교폭력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수들에게 중징계를 요청했던 소비자는 흥국생명 구단의 미온적인 태도와 사과에 ‘여자 배구 선수 학교폭력 사태 진상 규명 및 엄정 대응 촉구’ 청원을 넣고 보험 해지 운동을 펼치고 있다. 남양유업과 대한항공의 경우 자녀들의 불미스러운 일로 불매운동이 일면서 주가까지 떨어졌다. 소비자는 이제 브랜드 이미지, 가치를 실추시키는 유명인의 행실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도덕적 문제일수록 더욱 따끔한 회초리로 불매운동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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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사회적 감수성을 보인다면
지난 연말, 롯데마트에서 일어난 안내견 입장 거부 문제로 큰 논란이 일었다. 마트 직원의 불친절한 태도도 문제였지만 이후 무성의한 사과문을 발표해 뭇매를 맞았고 대중은 ‘NOTTE’ 캠페인을 진행하며 불매운동을 이끌었다. 또 최근엔 30대 남성이 온라인으로 알게 된 여자 초등학생에게 접근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용의자가 쏘카를 이용해 아이를 데려간 것으로 확인한 경찰이 쏘카 측에 차량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으나, 쏘카는 ‘영장 없이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아이에게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시민들은 “쏘카 성범죄 용의자 정보 늑장 제공 및 수사 비협조를 이유로 불매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불매뿐 아니라 탈퇴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상품성, 디자인, 가격 등에 상관없이 사회적 감수성이 낮은 브랜드의 물건은 소비하지도 않을뿐더러 잠재적인 이용 가능성까지 막음으로써 더 강력하게 소비자의 목소리를 드러낸다. 브랜드로 개인의 철학, 취향, 사고관이 드러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보이콧을 넘어 바이콧
제품 불매운동 ‘보이콧’을 넘어 윤리적,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하는 캠페인 ‘바이콧’ 또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시작된 인종차별 시위에 대해 비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글을 그대로 실은 페이스북은 유저들의 비판뿐 아니라 기타 브랜드의 광고 중단 사태까지 함께 겪어야 했다. 대중이 페이스북에 광고를 게재하는 브랜드에도 비판의 잣대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위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힌 트위터, 나이키에 대해서는 바이콧을 펼쳤다. ‘쇼핑이 투표보다 중요하다(Shopping is much more important than voting)’는 광고 슬로건처럼 소비를 통해 정의 실현에 힘쓰는 것이다. 운동화 한 켤레를 구입하더라도 디자인, 내구성뿐 아니라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고르는 것이 요즘 소비자의 행동 패턴이다.

미래를 위한 소비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에 과감히 투자하며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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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펀딩 도전기
이전까지는 환경보호나 자기계발을 위해 세상에 없는 물건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게 펀딩의 정석이었다. 최근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케팅 방법으로 펀딩을 사용하기도 한다. 우선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큐브 냉장고’를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선보였다. 7일 만에 2억6000만원을 모으며 목표액의 620%를 달성했다. 브랜드는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기에 앞서 반응을 파악할 수 있고 소비자는 출시 전 제품을 누구보다 발 빠르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브랜드의 이색 행보를 펀딩으로 풀어내는 경우도 있다. 오비맥주가 대표적이다. 오비맥주는 카스 맥주의 부산물로 만든 고단백 에너지바 ‘리너지바’를 크라우드 펀딩했고 제품은 3차까지 앙코르 펀딩을 이끌어내며 대대적인 성공을 기록했다. 맥주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은 자칫 폐기물로 분류될 수 있는데 펀딩이라는 방식을 통해 친환경적인 브랜드 이미지까지 구축할 수 있었다. 또 제과제빵으로 유명한 SPC삼립은 비빔 제육볶음, 불고기, 카레 가공식품을 새롭게 출시하면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덕분에 SPC삼립의 새로운 도전으로 제품을 인식시키는 동시에 기존 빵 브랜드의 이미지를 완화시킬 수 있었다. 대부분의 크라우드 펀딩이 투자 후 제품 등의 리워드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이뤄지므로 소비자 입장에선 제조, 유통 설비가 갖추어진 대기업의 이색 제품에 펀딩하는 것이 리워드를 보상받기 위한 안전한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술로 번지는 펀딩
그림, 책, DVD 등 물리적 형태의 예술품을 구입하는 걸 넘어 작품, 페스티벌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영화 <82년생 김지영>과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역시 문화 펀딩을 통해 제작된 작품이며 ‘그린플러그드 서울’도 일반인의 투자를 받아 진행됐다. 관람객을 넘어 제작자로 작가, 감독을 응원하는 문화 펀딩이 확산되면서 텀블벅, 와디즈에도 연극, 단편영화, 포스터북 등 작품의 장르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나 출판계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이 스타 작가의 등용문으로 떠오르면서 인터넷상 인기 작가의 작품을 직접 투자, 출판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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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는 힘이 있다. 그래서 때론 쇼핑이 투표보다 중요하다. 구입과 불매, 없던 물건을 만들어내는 일 모두 개인의 힘을 보여주는 일이다. 경제가 얼어붙고 사회가 소란한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소비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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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대신 주식을 사는 사람들
전 세계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이하면서 2030세대의 주식 투자율이 높아지고 있다. 단타로 차익을 보는 투자자도 많지만 공부를 통해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물건을 사는 대신 주식에 투자한다. 단순히 물건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이 회사가 더욱 성장해 좋은 기술력을 갖추는 것에 목표를 두어 진정한 미니멀리즘을 지향한다. 물론 배당금과 차익이라는 금전적 이득도 뒤따르니 일석이조다.

프리오더 플랫폼의 증가
지난해부터 프리오더 플랫폼이 급증하고 있다. 프리오더는 제품 발매 전 미리 예약을 걸어두는 것인데, 브랜드는 재고를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원하는 제품을 누구보다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프리오더는 디코드(www.itsdcode.com)처럼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컬렉션이나 프리미엄 브랜드의 에디션 제품을 취급하는 플랫폼에서 주로 다뤄왔으나 최근엔 신인 디자이너, 신진 브랜드로 확산되는 추세다. 스몰바이츠(www.smallbites.kr)는 옷과 액세서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엄선해 프리오더 제품을 최대 30%까지 할인된 가격에 소개한다. 또 패션 프리오더 플랫폼 모예(moye.kr)는 예약 결제 후 생산, 배송이 이뤄지는 시스템으로 자본력이 부족한 브랜드나 신진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만져보고 체험하며 펀딩
온라인 중심으로 확산된 크라우드 펀딩의 단점은 제품이 실제 구현되었을 때의 완성도나 실용성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성수동에 직접 공간을 열었다. 잃어버리기 쉬운 물건을 블루투스로 찾아주는 타일, 자동차 바닥에 깔면 조용한 승차감을 구현하는 카매트,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갈아 만든 빈백소파처럼 실제로 체험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소비자는 직접 공간에 찾아와 체험하고 펀딩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라이프스타일 #투자 #소비 #미니멀라이프 #뉴노멀 #펀딩 #보이콧 #소비문화 #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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