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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18.08.10

설마 내가 이상한 걸까?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는데, 나만 이상한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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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에 다니는 A는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휴가만을 기다린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바다인 섬에서 푹 쉬고 오는 날을 기다리냐고? 전혀 아니다. 휴가엔 역시 집에서 하루 종일 뒹굴거리다가 동네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는 게 최고다. 하지만 이제 이런 여름휴가 계획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여행을 싫어한다고 말했다가 “어떻게 여행을 싫어할 수 있냐”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불효를 하는 것도, 물건을 훔친 것도 아닌데 여행을 싫어하는 게 그렇게 이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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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여행을 싫어할 수 있다. 김치찌개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커피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듯 여행도 마찬가지다. 여행을 싫어하는 것이 게으른 것과 같은 말이 될 수는 없다. 물론 사람들이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 들뜨는 걸 보면 여행이 좋은 이유는 분명 있다. 그건 바로 여행이 주는 비일상성 때문이다. 다른 공간, 다른 언어, 다른 기후에 던져지고 나서야 일상에서 멈춰 있는 감성시계가 돌아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런 비일상성을 한껏 느끼고 나면 원하면 먹을 수 있는 김치찌개와 커피, 원하는 바를 막힘 없이 말할 수 있는 모국어가 통하는 환경 등 일상의 소중함이 더욱 크게 와 닿는다. 물론 끝까지 여행을 싫어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럴 땐 “나는 내 집에서 여행하는 걸 좋아해요!”라고 대충 말이나 던져 놓자. 내가 여행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뭐가 문제일까. 다만 상대의 반응에 귀찮은 감정 소모를 하기 싫을 뿐. 그럴 땐 위트 있는 말로 넘어가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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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D는 출근하기 전 전신거울 앞에 설 때가 가장 두렵다. 대학 때부터 촌스럽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다. 이렇게도 바꿔보고 저렇게도 스타일을 바꿔봤지만 지인들은 양말 하나까지 촌스럽다고 한다. 트렌드를 선도하거나 패피가 될 생각은 애초부터 없고 무난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인터넷 쇼핑몰을 보고 그대로 따라도 해봤고, 마네킹이 입은 옷을 그대로 사본 적도 있는데 왜 다들 촌스럽다고 하는 걸까. 이쯤 되면 내 몸이, 내 얼굴이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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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 말이다. 내 눈에 예쁘다고 남의 눈에 예쁘리란 보장은 없다. 무난하기만 했으면 한다는 말이 이렇게 슬플 줄이야.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 평범하고 눈에 안 띄는 것이 가장 어렵다. 눈에 안 띈다는 것은 눈에 걸리는 구석이 없다는 것인데, 그 말은 많은 사람들이 봤을 때 촌스러운 구석이 딱히 없는 것이기 때문. 굳이 추천을 하자면 상하의 색과 패턴의 조화까지 신경 써야 하는 투피스보다는 원피스가 훨씬 성공 확률이 높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사람은 많지만 꽃무늬 바지를 입은 사람은 극히 드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남들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다면 원피스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시작부터 꽃무늬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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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것도 하나의 기술로 인정받는 요즘, 대학에서 조교로 일하는 G는 고민이 많다. 지도교수를 대신해 학생들 앞에 서서 말을 해야 할 때가 꽤 많은데 간단한 전달 사항도 표현이 잘 안 돼 식은땀이 난다. 대부분의 기술은 시간을 들여 노력하면 느는 것 같은데 말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말하는 기술에 관한 책을 사서 아무리 읽어봐도 나아지질 않는다. 학생들이 나를 우습게 볼까봐 무섭다. 교수님이 아무런 사정이 생기지 않아서 휴강도 없고, 전달할 사항도 없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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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 하고 싶은 욕심이 클수록 더욱 말이 늘지 않는다. 뻔한 말이지만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을 머릿속에서 발전시키지 말고, 떠오르는 생각을 즉시 꺼내보자. 그 과정에서 생기는 잘못들은 바로 사과하자. 아무래도 오래 생각하고, 단어를 고르고 골라 말할 때보다 실수가 늘 수밖에 없다. 필터를 거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일종의 ‘용기’가 필요하다. 스스로 말하는 걸 피곤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말을 하는 건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배 터지게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한참 수다를 떨기만 했는데도 허기가 지는 건 그만큼 칼로리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에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여러 현상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두는 것. 잘 정리된 생각이 조리 있는 말로 이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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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사에서 근무하는 S는 최근 상사와 면담 후에 고민이 생겼다. 상사가 했던 말들 중에 “너는 딱히 뭐라고 할 부분은 없지만 욕심이 없는 게 아쉬워. 좀더 치열하게 살아봐”라는 말이 가슴에 콕 박혔기 때문이다. S는 아직도 왜 꼭 모두가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치열하게 살고 싶지도 않고, 딱히 치열하게 살아야 할 환경에 처해진 적도 없다. 느긋하게 살면서 크게 불편함을 못 느꼈고, 경쟁해야 살아남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원래 성격을 버려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느긋하고 여유롭게 살면 루저가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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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의 김지운 감독은 서른네 살까지 백수 생활을 했고, 백수 리듬을 타면서 스스로 부드러워지고 유연해졌다고 말했다. 성취욕이 없으니까 특별히 급하거나 화낼 일도 없고, 백수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 김 감독은 잉여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겼다. 인생을 살면서 느긋하게 지내는 시간은 굉장히 중요하다. 어쨌든 우리는 모두 백세 시대를 살며 꽤 오랜 시간 노동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지금의 그 느긋함이 결국 그 긴 노동의 시간을 버텨낼 힘이 될 것이다. 바쁘게 지내는 것도, 느긋하게 지내는 것도 괴로워해야 할 일은 아니다. 상사의 “좀더 욕심이 없는 게 아쉬워. 좀더 치열하게 살아봐”라는 말은 지워버리고 “너는 딱히 뭐라고 할 점은 없지만”이라는 말만 살려두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을 설계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미지 출처ㅣ애니메이션 [몬스터 호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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