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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0.01.08

오디션 프로그램의 민낯

상상이 현실이 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광은 누구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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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까지 나의 또 다른 직업은 국민 프로듀서였다. 될성부른 떡잎인 나의 ‘원픽’을 적극적으로 영업하고 알람을 맞춰가며 문자 투표를 성실히 마쳤다. 서른이 다 되어 아이돌에 열광하는 모습을 당당하게 드러냈고 ‘일코’ 상태를 유지하지 않아도 되는 편한 직업이었다. 하지만 최근 그 달콤했던 직업은 처참한 본모습으로 나를 배신했다.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소년들의 데뷔는 철저히 계산된 거래였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오디션 프로그램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프로듀스×101>과 <프로듀스 48>을 비롯해 전 시즌이 제작진 주도하에 투표 조작이 이루어졌다는 기사가 쏟아졌고, 담당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구속됐다.

돌아보면 오디션 프로그램의 일그러진 얼굴은 예견된 결말이었는지 모른다. 2009년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쏘아 올린 <슈퍼스타K>는 ‘악마의 편집’이라는 문화를 만들었다. 쫄깃한 긴장과 극의 짜릿함을 위해 갈등을 부추기고 악의적인 편집을 가한다. 참가자들의 인권은 당연히 무시된다. 참가자는 대중의 관심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악플에 시달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이 걸린 경쟁에 뛰어든다. 업계에 굵직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을 심사위원의 자리에 앉혀 참가자에게 막말을 가하기도 한다.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해야 한 번이라도 더 화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걸그룹을 육성, 데뷔시킨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에 출연했던 한 참가자는 피부병이 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촬영을 해야 했고,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고 고백했다.

영광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참가자들의 인권은 무시되고 이들은 프로그램을 위한 일종의 소품이 되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인데 대중이 찾아야 할 아티스트는 어디에도 없는 수상한 상황이 벌어진다. 다가오는 2020년에도 독특한 콘셉트와 찡한 서사를 품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을 기다리고 있다. 송가인이라는 스타를 발견한 <미스트롯>의 열풍에 TV조선은 1월 2일부터 남자 버전의 <미스터트롯> 방영을 앞두고 있다. JTBC의 <팬텀 싱어>는 시즌 최초로 유럽에서 오디션을 열어 세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다. Mnet에서는 10대가 부르고 10대가 직접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십대가수>를 방영할 계획이다. 돈과 성공, 데뷔를 걸고 도전하는 이들의 싸움은 리그를 넓히고 한국에서 세계로 판을 키운다.

삶과 경험에서 연마한 멋진 자아를 품은 스타의 성장을 지켜보는 경험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묘미다. 이 짜릿한 즐거움을 지속하기 위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아티스트는 성장할 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티스트는 숙련된 기술을 가진 기능장도 아니고 조작과 편집으로 완성된 상품이 될 수 없다. 오디션의 어원인 라틴어 아우디레(Audire)에는 ‘경청하다’라는 뜻이다. 거짓을 버리고 진실한 소리와 장면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경쟁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방식이 참신한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문화 #TV #경쟁 #오디션 #엑스원 #씨름의 희열 #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팬텀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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