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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1.03.18

합리적 에너지 보존법

좋은 사람인 것 같은데 유독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은근슬쩍 에너지를 앗아가는 타인으로부터 내 몫의 에너지를 지키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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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1 위태로운 물경력의 경고
최근 우리 팀의 과장으로 이직한 D가 몰고 온 변화는 어마어마하다. 그가 출근한 이후 전원 야근 체제가 바로 그 증거다. 업계에서 나름 굵직한 성과를 세운 D는 1+1이 왜 2인지를 매번 설명해줘야 하는 사람이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예의, 프로세스를 완전히 무시한 채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전부 팀원들이 수습해야 하는 상황. 어쨌든 결과는 나오고 있으니 팀장은 아직 D의 무능력을 눈치채지 못하지만 우리의 수명은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다.
HOW-TO 그동안 D는 자신의 업무 방식을 합리화하며 나름대로 조직을 운영해왔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휩쓸리며 일을 하기 시작하면 정체성을 잃고 쫓기는 워커홀릭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나의 속도와 에너지를 지키며 일을 하기 위해서는 D와 적당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D와 함께 일할 때는 업무의 경계를 확실히 하고 증거를 남기자. 메일, 문서, 메신저 등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기록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둔다. D의 업무 영역에 있어서는 오지랖으로 괜히 책임감을 느끼지 말고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도 장착할 줄 알아야 한다. 탄탄하지 못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경력에서 오는 오물이 내게 튀기지 않도록 애초에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직장 생활에서 내 몫만 처리할 수 있다. ‘사람이 변했다’는 소리와 함께 괜한 구설에 오르지 않으려면 그와 함께 일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부터 이 방법을 실천할 것을 추천한다.

type2 찌라시의 상처
입사 후 연수원에서 만난 A와 시시콜콜한 회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친구로 발전했다. A에게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달리 매번 같은 상황을 반복해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 주말에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었고 서로의 가족, 연인 등 사적인 부분도 털어놓게 되었다. A가 불편해진 건 내가 사내 연애를 시작하고부터다. 팀장과 밥을 먹는데 본인이 카더라 통신에서 들었다며 우리 커플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했다. 다행히 소문의 주인공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A에게만 털어놓았던 이야기가 소문으로 떠도는 걸 목격하고 세게 뒤통수를 맞은 충격에서 한동안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HOW-TO 무신경한 상대에게 신경을 써봤자 내게 남는 건 피해 의식뿐이다. 상대가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르는 행동과 말에는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게 피해를 주는 그의 행동에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품는 건 부정적인 상상의 나래만 키우는 꼴이다. 같은 맥락에서 찌라시는 그야말로 근거 없는 소문이다. 상대에게 꼼짝없이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는 그를 나무라거나 피해의 원인을 찾기보다 나를 돌보는 데 주력하자. 건강한 음식 챙겨 먹기, 향긋한 차 마시기 등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선택을 통해 일방적인 상처로부터 주체적인 삶을 다시 쟁취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상처는 계속 긁어봤자 곪고 모난 흉터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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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3 플렉스의 무단침입
D를 보면 내가 인생을 너무 열심히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캠핑을 시작했다며 SNS 피드를 장식한 그의 번지르르한 장비와 최근 등산 동호회에 가입하며 구입한 등산복을 보고 있으면 커피값을 아끼려고 아침마다 커피를 내려가는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로 시작하는 문장과 함께 세상 쿨하게 누리고 싶은 대로 누리는 그와 대화를 하면 내 그릇이 작은 건 아닌지 위축된다.
HOW-TO 자신이 부정당하면 불쾌한 건 당연한 일이다. 안전한 삶의 터전에 무단 침입을 당한 사람의 당황스러움과 비슷하다. 타인의 조언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조언을 들었을 때의 불쾌함을 인정하는 게 먼저다. 나는 그렇지 않은 사람인데 자신의 기준을 들이대는 상대의 무례함에 기분이 나쁜 건 당연하다. 다만 그 감정이 단순한 부러움에서 비롯된 것인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안 하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내 돈과 시간에 대한 주인은 나 자신이다. 사용 방법에 따른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 타인에게 흔들려 휘청거리기보다 중심을 굳건히 다잡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type4 유리 멘탈의 전염
최근 사회생활을 시작한 E 때문에 나는 메신저의 알람을 꺼버렸다.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E는 유독 겁이 많았다. 나도 일을 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시콜콜한 회사에서의 일을 내게 생중계한다. 내가 조금 더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다산콜센터에 문의하듯 무엇이든 물어본다. 상사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한 말을 들으면 자기 멋대로 소설 한 권을 완성하고,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A와 B 중 뭐가 나아?’라고 질문이 반복된다. 입사 초반에는 그의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응원하기 위해 열심히 조언을 해줬지만 이제는 그의 감정이 내게 옮겨붙는 기분이다. 그의 연약한 태도에 내 정신 건강까지 위협받는다.
HOW-TO 사회생활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타인의 마음에 들도록 행동하는 것이다. 조직 문화가 강한 곳일수록 이런 태도는 세뇌된다. 팀의 조화를 위해, 혹은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참고 또 참는다. 결국 내 감정과 시간은 상대를 위해 낭비된다. 친구 관계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자아를 건드리며 에너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의 자세가 필요하다. 친구에게 할애할 에너지와 시간의 총량을 스스로 정하자. 하루 15분, 이틀에 한 번 정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그를 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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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일상이 피곤하고 괴로울 때는 에너지가 줄줄 새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보자.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에너지를 앗아가는 사람들은 멀리 있지 않다.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 연인,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친구, 매일 점심을 함께하는 직장 동료일 수 있다. 당신을 망치는 일상의 ‘빌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주체성을 갖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차단할 건 확실히 무시하자. 잃어버린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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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5 마이웨이는 처음이라
프로젝트 단위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우리 팀은 긴밀하게 움직이는 일이 잦다. 프로젝트 마감 시점에는 야근도 빈번해 가족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다. 우리끼리는 분자 가족이라고 농담을 할 정도다. 그런데 최근 우리 팀에 새로 합류한 C는 조금 다르다. 자기 일이 끝나면 정시 퇴근을 하고 팀원들의 단체 대화방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대화가 아니라면 섞이지 않는다. 화기애애했던 우리 팀은 요즘 C의 눈치를 보며 회의를 하고 점심 메뉴를 정한다. 팀장인 내 눈에는 팀의 분위기를 흐리는 C의 등장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HOW-TO C에게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다.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고 성과를 내며 월급이라는 확실한 보상 체계로 이루어진다. 자리에 오래 앉아 있고 야근을 하는 게 업무량, 능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건 3년 차 이상의 경력을 가진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깨닫게 되는 진실이다. C의 마이웨이는 어쩌면 지금 이끄는 팀을 ‘일잘러’ 집단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리더는 작전을 지시하는 사람이다.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보다 우리가 이뤄야 하는 목표를 제시하고 각자 효율적인 방법으로 그에 도달할 수 있도록 판을 짜야 한다. C를 바꾸려고 하기보다 분자 가족 대신 효율적인 체계를 만들고 따로 또 같이 움직이는 게 팀의 성과를 위해서는 더 이로운 방법일 수 있다.

type6 ‘낀대’의 늪
전통주 수업에서 만난 A와 C는 10살 차이다. 그리고 그들 중간에는 내가 있다. 공통의 관심사로 가까워진 우리는 함께 맛집을 찾고 집에서 만든 막걸리 레시피를 공유한다. 문제는 A와 C의 소통 방식이다. 우리보다 전통주 증류 경험이 많은 1980년대생 A는 나와 C의 레시피에 시시콜콜 더 나은 방법을 제안한다. 책에도 안 나오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게 나는 고맙지만 C는 그때마다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 그리고 얼마 뒤, A와 C는 내게 각각 메시지를 보낸다. A는 C의 무례함에, C는 A가 꼰대라며 서로를 욕한다. 그럼 나는 이 둘을 달래기 위해 두 개의 방을 바삐 오간다. 에너지 충전을 위한 취미 생활에서 오히려 에너지를 쪽쪽 빨릴 때마다 이게 뭐 하는 건가 싶다.
HOW-TO 꼰대와 MZ세대 사이 ‘낀대’에게 필요한 건 주체성이다. 서로 마주 보고 뻗은 평행선처럼 놓인 세대 차이에 화합이란 없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A와 C는 앞으로도 계속 날을 세울 것이다. 이 관계를 지키고 싶다면 당신은 둘의 화해를 위한 불필요한 노력을 멈추고 상처받은 두 사람의 생각을 들어주면 된다. ‘왜 저런 생각을 하는 걸까?’ ‘내가 이 말을 언제까지 들어줘야 할까?’와 같이 상대의 의견을 평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경청하면 불쾌한 감정을 공감으로 전환할 수 있다. 단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의견에 대해서는 확실한 의사 표현할 것.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무작정 참는 건 나를 갉아먹기만 할 뿐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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