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LES

메뉴
Search
마이페이지

Life2021.03.20

나의 마지막 섹스

그때는 몰랐다. 마지막이라서 더 애틋하고 아쉬웠던 그날의 섹스.

null
첫인상, 첫사랑, 첫경험까지 사람들은 ‘처음’에 큰 의미를 두지만 처음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지막이다.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했느냐에 따라 그날의 기억이 악몽이 될 수 있고 아련한 추억이 되기도 한다. 첫 섹스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섹스도 꽤 중요하다. 앞으로 어떤 이성과 어떤 섹스를 이어나가야 할지 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뭐가 뭔지 몰라 휘리릭 지나가버린 것이 첫경험이라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상대방을 위한 섹스가 아닌 나를 위한 섹스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이 마지막 섹스다. 처음만큼이나 강렬하고 애틋했던 섹스, 마지막임을 예감하지 못해 허무하게 날려버린 그저 그런 섹스, 혹은 잊지 못할 그와의 마지막 하룻밤까지 ‘마지막 섹스’에 의미를 부여해보았다.

1 당신이 잠든 사이
유난히 속궁합이 잘 맞는 사람이 있었다. 소개팅으로 만난 그 자리에서 술을 마신 후 바로 근처 호텔로 향했을 정도로. 말 그대로 그는 몸이 동하는 사람이었다. 대화가 잘 통한다거나 음식 취향이 비슷하지는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안 맞는 쪽에 속했다. 하지만 손끝이라도 닿으면 우리의 분위기는 금방 야릇해졌다. 호르몬이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그때는 그랬다. 그날도 역시나 그와 뜨겁고 격정적인 시간을 보냈다. 하룻밤이 짧다고 느낄 정도로 그는 혈기가 넘쳤고, 나 또한 그를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평소에 자다 깨서 관계를 갖는 것이 평균 4번 정도였다면 그날은 잠시도 가만두지 않았다. 마셔도 마셔도 모자라다는 듯 그는 나를 갈구했고, 평소 같지 않게 사랑을 속삭이기까지 했다. 그전까지 ‘우리가 섹스메이트는 아닐까?’라고 잠깐이나마 생각했던 나를 꾸짖듯 그는 거칠면서도 달콤하게 사랑을 말했다. 그렇게 지쳐 쓰러져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고, 늘 그렇듯 출근 시간을 알리는 알람 소리에 깨보니 그는 이미 출근한 후였다. 말없이 가버린 그가 서운했지만 출근 준비가 먼저였다. 간신히 회사에 도착해 그에게 톡을 보냈다.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답이 없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없는 번호라는 회신이 돌아온다. 그로부터 3년 후, 지금은 나를 사랑해주는 남친을 만나 연애를 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그가 자꾸 생각난다. 그와의 마지막 하룻밤이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이미주(회사원)
null
2 떠올리고 싶지 않은 마지막
나의 첫 남자친구와의 이별은 그가 군대를 가고 난 후였다. 18개월이 금방 간다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기다렸는데 정작 군인인 남자친구의 태도는 예전 같지 않았다. 군대에서 일과 시간 이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였다. 분명 하루에 정해진 시간에만 전화를 걸 수 있었을 때는 부모님도 건너뛰고 나에게만 전화하던 그였는데 점점 일과 시간 이후로 연락하는 횟수가 줄었다. 오히려 공중전화로 전화하던 그때 연락이 더 잘됐던 것 같다. 불안한 마음이 들어 면회를 갔고, 그는 외박을 나왔다. 더할 나위 없이 화창했던 5월의 어느 날, 나는 함께 걷고 싶었지만 그는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내 손목을 이끌고 모텔로 향했다. 평소 외박 나오면 늘 가던 모텔이었는데 그날은 왜 그렇게 끌려가는 기분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청결하지 못한 위생 상태, 모텔방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와 습한 기운까지 모든 환경이 어서 도망치라고 말했지만 그를 사랑했기에 도망치지 못했다. 그렇게 배려받지 못한 상태로 관계를 가진 후 그는 전화로 잡채밥을 주문했다. 물론 돈은 내가 냈다. 그게 그와 나의 마지막 섹스다. 그는 이미 데이트 앱으로 만난 이름 모를 여자와 랜선 연인이 되어 있었다. 연윤정(대학생)

3 우리 왜 헤어져야 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뭘 하고 싶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그와 헤어지던 날을 꼽고 싶다. 대학교 1학년 때 만나 한 번의 위기 없이 7년을 사랑했다. 어릴 적 언니가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던 ‘7년간의 사랑’이라는 노래를 알고 있었지만 우리에게 7년 연애의 저주는 없을 거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이별을 고했다. 어제까지 나를 보며 맑고 해사하게 웃던 그가 7년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하고 헤어지자고 말했다. 힘든 말을 꺼내기 직전이어서였을까. 관계를 할 때마다 불면 날아갈 것처럼 나를 소중히 대하던 그는 사라지고 그날따라 갑자기 너무나 거친 남자가 되어 있었다. 속도 모르고 나는 그에게서 다른 매력이 보여 좋다며 그 어느 때보다 섹스를 즐겼다. 내가 먼저 좀 더 깊숙히 안아달라고 외치기도 하면서. 하지만 이후 그와 나의 세계는 무너졌다. 그는 물 빠진 청바지를 입으면서 덤덤하게 말했다. “우리 그만 만나자.” 농담 같지도 않은 말을 남기고 그는 떠났다. 집 앞으로 찾아가면 경찰에 신고할테니 그만 오라는 답만 했다. 3개월을 꼬박 매달린 후 포기했다. 그가 나에게 왜 이별을 고했는지 여전히 모른다. 이유를 안다면 우리 헤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박현주(회사원)
dou_ico

처음만큼이나 강렬하고 애틋했던 섹스, 마지막임을 예감하지 못해 허무하게 날려버린 그저 그런 섹스, 혹은 잊지 못할 그와의 마지막 하룻밤까지 ‘마지막 섹스’에 의미를 부여해보았다.
dod_ico
null
4 나는 무성욕자입니다
남자친구를 사랑한다. 하지만 섹스는 즐겁지 않다. 그는 자기한테 만족을 못하는 거냐고 묻지만 사실은 그 어떤 남자와의 관계에서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흥분이 되지 않으니 젖지도 않았고, 러브젤의 도움도 받아봤지만 그저 아프기만 할 뿐 어떠한 감흥도 없었다. 처음에는 지금 이 느낌이 좋은 건데 내가 경험이 없어서 모르는 거라고 생각해 애써 좋은 것처럼 신음 소리를 흘리거나 리액션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초적 본능은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섹스가 즐겁지 않고, 오히려 고통만 줄 뿐이라 그와 이별했다. 나에게 섹스리스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인생을 걸 만한 중대사였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그를 놓아주었다. 내가 이별을 말하던 그날, 그는 울먹이면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고 애원했다. 감정이 격해진 탓인지 그와의 키스가 평소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에 섹스도 기대해봤지만 역시나였다. 괜히 그에게 자괴감을 안겨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뒤로 확실히 알게 됐다. 내가 무성욕자라는 것을. 나처럼 무성욕자인 남자 어디 없을까? 연애는 하고 싶지만 섹스는 원하지 않는 남자가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최선희(대학생)

5 처음이자 마지막 원나잇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자만추가 어려워졌다. 이제 소개팅을 해주겠다는 사람도 없고, 스스로 움직여야 연애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데이트 앱. 처음부터 푹 빠져 모르는 남자들과 대화하기 바빴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데이트 앱을 열심히 이용하던 중 처음 보는 영단어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ONS’. 처음 보는 단어라 바로 검색을 했더니 국가안보실(Office of National Security)이 나왔다. 그러다 몇 번의 클릭 후 알게 된 사실, ONS는 ‘원나잇스탠드’의 줄임말이라는 것이었다. 데이트 앱의 게시글 제목에 아예 ‘only ONS’라고 해놓은 글도 제법 많았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점차 호기심이 생겼다. 여러 게시글을 보던 중 호기심이 의심을 이기는 매력적인 남자를 발견하고 그와 만났다. 나는 약간의 대화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부터 시작했다. 원나잇이 처음인 걸 들키면 분위기가 깨질까 봐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분명 섹스 자체는 좋았다. 아니,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다시 경험하겠냐고 묻는다면 단호히 “NO”를 외치겠다. 천만 다행으로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 그는 매너가 좋은 남자였지만 그렇지 않은 남자도 많다는 것을 많은 후기를 통해 접했기 때문이다. 매너 좋은 그가 내 처음이자 마지막 원나잇 상대였다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도 자만추를 기대해본다. 이영화(대학원생)
null
6 슬프도록 아름다운
어릴 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늘 생각했다.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지는 건 서로가 덜 사랑해서 벌어지는 참사라고. 하지만 막상 서른을 앞두고 결혼을 생각할 즈음이 되자 부모님의 반대는 생각보다 큰 장애물이었다. 양쪽 부모님 모두 환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의 사이를 반대했다. 유난히 풍족했던 그의 가정환경과 유난히 부족했던 우리 집 사이의 갭은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앞두고 더욱 커졌다. 가난한 집에서 무조건 부자를 좋아할 거라는 건 부자들의 편견이다. 가난하지만 사랑으로 나를 키운 부모님은 가족간 유대가 좋은 그의 집안 분위기와 부유한 환경을 탐탁지 않아 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내가 살아남지 못하고 마음고생할 거라고 판단하신 듯했다. 그의 부모님도 나를 썩 반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부모님이 준 풍족함을 버릴 용기가 없었고, 나도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억지로 상견례를 마친 그날, 우리는 그동안 가지 않았던 고급 호텔로 향했다. 화려한 호텔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룸으로 올라가 함께 샤워를 한 후 마지막 밤을 보냈다. 누구도 이별을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예감했다. 오늘이 마지막임을. 그때 알았다. 모른 채 당하는 이별보다 알고 하는 이별이 훨씬 슬프다는 것을. 사이현(자영업)

7 대체 언제 끝날까
3년간의 연애가 끝났다. 특별한 불만은 없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더 이상 가슴 뛰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고, 대화 소재를 찾기 위해 노력해봤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노력이 이어지다 합의하에 이별을 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이혼이 아니라 그저 남녀 사이의 이별일 뿐인데 다음 연애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다. 주위에서는 그런 마음이면 계속 만나지 그랬냐고 했지만 의미 없는 만남을 지속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섹스는 하고 싶었다. 맨정신에는 연락할 수 없어서 술의 힘을 빌려 내가 먼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내가 있는 곳으로 늘 그렇듯 달려왔고, 그렇게 이별 후 첫 섹스가 시작됐다. 다음 날 서로에게 사과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임을 다짐하고 헤어졌다. 그 후 일주일쯤 지났을까. 이번엔 전 남친이 술에 취해 전화를 걸었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음에도 달려 나갔다. 그렇게 이별 후 두 번째 섹스를 하게 됐다. 그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섹스메이트가 되었다. 매번 다음 날 이번이 마지막임을 다짐하면서. 서로에게 연인이 생겨야 이 관계가 끝날 것 같지만 지금 상태로는 연인이 생길 것 같지 않다. 김은주(디자이너)
#추억 #섹스 #사랑 #SEX #이별 #후회 #남녀관계 #마지막섹스 #라스트
<싱글즈>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등을 금합니다.
좋아요
목록보기


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URL복사

해당 페이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해당 페이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가 필요합니다.
나의 포인트 :

주소찾기

닫기
주소검색

동, 읍, 면, 기관, 학교 등의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