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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홀터넥 크롭트 톱 우알로, 빈티지 데님 하프 팬츠 헤더먼트, 재킷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권은비는 홀로 서기를 한 지 꼭 2년 차가 된다. 아직도 배움의 길을 걷는 중이라는 그에게 2023년 여름은 좀 특별하다. 워터밤 페스티벌 무대를 장악하며 ‘워터밤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여름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노력과 끈기로 TPO에 맞는 무대 매너와 실력을 뽐내며 권은비라는 이름을 모든 이에게 각인했다. 스테이지 위 권은비의 당당한 발걸음은 마치 1990년대를 이끌었던 데님 춘추전국시대의 글래머러스한 슈퍼모델을 떠올리게 한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내려와 청춘의 상징인 데님과 마주한 그녀는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자수 로고 화이트 크롭트 티셔츠 노이어 데지르, 프린지 슬릿 데님 팬츠 일리고, 블랙 하이 샌들 매그파이.

요즘 주위에서 권은비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대세라는 말을 실감 중인가?
주변 분들께서 알고리즘에 계속 나온다며 반가워해주신다. 확실히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시고 팬도 많이 생겼다. 내가 진짜 열심히 활동했다는 것을 느낀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한다고 했는데, 권은비의 첫 단독 MC 웹 예능 프로그램이 <선넘는 맵찔이>다. 반응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맵찔이’를 대표해 ‘맵찔 대장’으로 나서 매운맛을 탐험하고, 팁까지 알려주는 내용이다. 실제로 닭똥집, 닭발 등 매운 양념 요리를 잘 못 먹는다. 아주 맵지만 않으면 먹을 수 있고, 컨디션에 따라 어떤 날은 맵고 또 어떤 날은 괜찮더라. 입맛에도 변덕이 있는 것 같다.(웃음) ‘맵부심’이 강한 한국이지만 의외로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분들, 일명 ‘맵찔이’가 많아서 이 프로그램이 요즘 더욱 탄력을 받는 것 같다.

역시 ‘대장 토끼’라는 별명이 그냥 붙은 게 아니다. ‘맵찔 대장’답게 리더십은 말할 것도 없고 예능부터 안무 천재, 시원시원하게 뽑는 성량 등 모든 것에서 완벽한 육각형 아이돌의 표본이라 불리고 있다.
‘육각형 멤버다, 올라운더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감사하지만, 가끔은 행복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실망시키면 안되겠다는 의지가 강해 무엇이든 더 열심히 파고드는 성향이 강해졌다. 하나라도 놓치면 스스로가 불안해 다양한 방면에서 열심히 노력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본인이 좀 더 배우고 싶고, 해내고 싶은 것이 있을까?
악기와 언어 욕심이 있다. 분명 ‘일본어 첫걸음’ 을 배우고 있는데 자꾸 ‘일본어 뒷걸음’으로 가는 스스로를 느낀다. 욕심만큼 성과가 잘 따라주지 않아 살짝 속상하다. 그리고 악기는 피아노와 기타를 배우고 싶어서 잠깐 시간이 날 때마다 공부하고 배우는 중이다. 어쿠스틱으로 연주해서 언플러그드 감성으로 맨발에 라이브를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다재다능한데, 주변에서 권유하는 장르가 있나?
‘배우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 겁은 나지만, 좋은 기회가 있다면 꼭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 평소 뮤지컬 공연을 보는 것도 너무 좋아해서 뮤지컬에도 도전했고, 어떤 역할이든 섭외가 들어온다면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실 처음에는 뮤지컬도 많이 두려웠다. 노래를 잘해야만 극이 살아나는 장르인데, 노래에 자신이 없어서 주저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역할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무엇보다 마음 가짐이 달라졌다.

아이보리 뷔스티에, 스커트 모두 글로니,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The Flash＞는 권은비가 지난해 10월 발매한 세 번째 미니 앨범 ＜Lethality＞ 이후 약 10개월 만에 선보이는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서 ‘Beautiful Night’ 작사에 참여한 만큼 권은비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앨범마다 꾸준히 작사에 참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손길이 닿은 가사와 음악으로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크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한 공감 형성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일상에서 심심찮게 쓰는 말들을 편하게 가사로 풀어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힘든 순간, 행복한 일상을 공유하고 싶거나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모멘트 등을 연상하게끔 하는 것만으로도 가사와 음악이 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가사를 쓸 때 영화나 책 등에서 영감을 얻는 편인가?
책, 영화, 드라마 등을 참고한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일을 조금씩 상상하면서 써 내려간다. 가장 최근에 본 드라마는 <일타스캔들>이었는데, 어떤 대사가 진짜 기억에 남아, 그 대사를 듣고 울어버렸다. “우리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순 없잖아. 내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밖에”라는 내용이었는데, 그 말이 너무 와 닿았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기준을 세우는데 도움을 주었다. 나의 삶은 나 자신이 개척해나가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주체적인 사람으로 거듭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을 때 ‘The Flash’를 들어라”라고 말했던 건가. 
당당한 사람이 아름답기 마련인데, 자존감이 떨어져 있던 상태에서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런 애티튜드가 얼마나 부럽던지. 그래서 나도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부터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나의 단점밖에 보이지 않던 나날들, 부족한 부분에 계속 자책하는 내 모습이 너무 슬펐기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이
렇게 대답을 할 수 있는 건지도.(웃음)

블랙 홀터넥 니트 톱 1jinn studio.

“ ‘The Flash’는 서로에게 한 걸음씩 빠져드는 순간을 하나의 게임처럼 표현한 곡”이라고 설명했는데, 권은비가 노래 가사처럼 서서히 빠져들었던 순간이 있을까?
보컬에 서서히 스며들고 빠져들었다. 댄스를 전공했고, 춤이 메인이었는데, 보컬 파트가 많아지고, 솔로를 하면서 혼자 무대를 채워야 하는 부담감이 컸다. 그뿐만 아니라 보컬의 부족함도 많이 느껴졌다. 고스란히 자신감 결여로 연결됐지만, 계속 열심히 하다 보니 스며들게 되더라. 내 보컬은 현란한 기교를 부리지 못하고 음역대도 넓지 않아서 노래를 못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보컬에 재미를 느낄 때 즈음 주위에서도 맑고 깨끗한 음색이 좋다고 하셔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됐다. 나만의 매력을 찾은 것 같아 뿌듯하다.

노래 가사가 신화적 인물인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하는데, 마치 권은비의 자신감을 찾는 과정 같다.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에게 끌려가 결국 지하에 갇히는데, 그런 슬픈 부분을 재해석해서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지하 세계에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이 세계를 이끌어가겠다는 패기 넘치는 캐릭터로 그려냈다. 어떻게 보면 절망 속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의 상황과 비슷하게도 느껴질 수 있겠다.

‘The Flash’의 리본 퍼포먼스가 역동적이다. 
대표님의 아이디어였다. 생각해보니 가사에 밀고 당기는 부분이 있어 밀당을 표현하기에 리본이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무 선생님과 함께 완성했다.

10년 전에는 아이돌 그룹이 지팡이나 스카프 등의 아이템을 활용한 퍼포먼스를 많이 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새롭게 느껴지며 신선했던 것 같다. 실제로 ‘10년 전의 느낌을 재현해 향수를 자아낸다’는 댓글이 있더라.(웃음) 

건강한 멘탈을 잘 잡고 있어 그런지 다양한 사람들과의 좋은 ‘케미’로 예능 여신이 된 권은비다.
예능은 처음엔 마냥 재미있고, 웃기면 그저 좋고 사람들만 재미있으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해서 정리되지 못한 말을 할 때가 있는데, 그 말에 상처받은 사람도 있을 테고, 그러다 보니 적정선을 지키면서 웃음을 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 인지 새삼 깨달았다. 말을 조심하면 재미가 없어지니, 정말 예능은 어려운 숙제 같은 기분이 든다. 늘 조심하며 배워나가는 중이다.

블루 데님 셔츠 리바이스, 블루 데님 팬츠 게스.

‘권은비=워터밤 여신’은 공식이 되어버렸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그렇게 큰 행사는 처음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무대를 재미있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아무래도 물을 맞는 순간들이 많아 위험할 수도 있고, 넘어질 수도 있기에, 무대의상에 신경 썼고 한 행사 당 10착 이상 옷을 미리 피팅했다. 다 입어보고 물도 맞아보면서. 집에서 피팅을 하는데 우리 집 욕실이 물바다가 될 정도로 체크를 하면서 돌발 상황에 철저히 대비했던 것 같다. 물을 뿌리면서 춤도 춰보고 노래도 불러보고 실제 무대 위에서 리허설을 하는 것처럼 준비 과정에 만전을 기했다. 약간의 노출도 있기 때문에 복근 운동도 정말 열심히 했다.(웃음) 그리고 좀 더 기억에 남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Underwater’ 때 사용했던 부채 아이템을 굿즈로 제작해서 나눠드렸다. 그 시간, 그 장소에 오신 분들에게는 매 공연마다 선물로 드렸다. 권은비 부채도 꼭 기억해주시길 바라며!

벌써 다음 앨범이 기다려진다. 
지금까지 명확한 캐릭터로 인식시키기 위해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앞으로는 권은비다운 밝은 모습을 더 표현하고자 한다. 외강내유라 안에 있는 연약한 면면을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어올리고 싶다.

워터밤부터 곧 이어질 카스 콘서트까지 유독 물과 인연이 많은 권은비는 물과 잘 맞는 것 같다면서 마리모를 키우면 좋을 것 같다는 천진함을 내비친다.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만큼 휴식기에는 적당한 텐션으로 쉬어주어야 한다며 반려견 금비와의 산책과 레슨 받는 것까지도 즐겁게 시간표를 짜서 이행하고 있다고. 친구들과의 캠핑과 요리도 좋아하는 취미 부자라 아직도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다는 그가 다음 휴식기에는 아이슬란드 여행을 목표로 세웠다. 여행 기록이나 여행 일지 등을 작성해 음악에 대한 스케치 같은 것들도 구상하고 에세이를 써도 좋겠다는 생각에 들떠 있는 권은비의 푸른 청춘이 반짝인다.